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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비극을 모두 담은 작품. 신하균, 고수 주연의 고지전(2011)

soi_1754 2025. 3. 2. 02:00

영화-고지전-포스터

 

영화 고지전.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란 비극은 모조리 담은 듯한 이 작품은 몇가지 재현 오류가 있었고 왜곡 논란이 있었으나 작품성 자체만 놓고 본다면 괜찮은 편에 속한다. 해당 영화를 통해 6.25전쟁의 비극과 아픔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의 처절함

 2025년 기준 75년 전인 1950년 6월 25일, 대한민국에서 손 꼽히는 사건인 6.25 전쟁이 발발하였다.

지금의 대한민국이야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한 나라이고 군사력 또한 손 꼽히는 강국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전차 한대, 전투기 한대 없는 변변치 않은 군사력을 지닌 빈민국에 다름없었다.

반면, 북한은 소련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각종 전차, 전투기, 개인 화기 등으로 무장을 하여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 남침을 가행하였다.

 

많은 기록 속에서 처절하게 싸워야 했던 국군의 일대기를 보자면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전차를 향해 육탄 돌격을 가행한 이야기, 전투기가 없어 연락기에 폭탄을 싣고 직접 손으로 폭탄을 떨어뜨린 이야기 등 수많은 사례들이 존재하고 있다.

 

더욱 처절했던 점은, 당시는 지금과 달리 북한을 남의 나라라고 선 긋는 것이 아닌 그저 잠깐 갈 수 없는 북쪽 지역이고 북한 사람도 그냥 북에 사는 동포이고 언제든 서로 왕래할 수 있는(실제로 광복 후 한동안은 38선을 넘나드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고 이 시기에 월남, 또는 월북하여 -마치 이사하듯- 지내는 사람도 많았다.) 이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런 인식이 있던 시기에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총칼을 겨눠 싸워야 했으니 당시 일선 병사들의 심정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다른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잘 표현 되어 있는데, '이념이라는 게 동포끼리 죽여야 할 정도로 중요한건가', '일제 때는 나라라도 구하려고 싸웠는데 이건 뭐냐' 등의 대사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10대 중반의 청소년들까지 학도병이란 이름으로 참전하여 싸우고 산화하였을 정도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손꼽히는 비극 중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를 통해 6.25 전쟁의 처절함과 아픔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2. 일선 전투 현장은 후방에서 서류를 통해 보는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사무실에서 보는 것과 일선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윗선에서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시키기 어렵다며 서로 갈등을 빚는다.

 

이는 전쟁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영화에서도 역시 후방에서는 최전선 부대에서 인민군 편지를 국군 군사우편으로 보낸 흔적을 보고 적과 내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방첩대 장교인 강은표 중위(신하균)를 보내고, 함께 동행하는 신임 중대장도 일선에 도착해서 보니 국군 영웅부대라는 인식이 무색하게 군기가 빠진 듯한 모습들, 즉 상관을 보고도 경례도 없거나 추위때문에 인민군 방한복을 입고 있는 병사 등의 모습이 보인다.

 

무엇보다 초중반부, 강은표 중위(신하균)가 인민군 편지를 친구인 김수혁 중위(고수)가 군사 우편으로 부쳐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적과 내통하냐는 질문에 그저 고지의 주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상황에 모든 짐을 가지고 갈 수 없어 숨겨뒀다가 다시 고지를 되찾았을 때 인민군이 다 가져가 버리고 대변만 남겨둔 것에 격분하여 부비 트랩이 아닌 욕설이 담긴 편지를 남긴 것을 계기로 서로 술과 담배 등을 두고 가면서 편지도 부쳐주는 상황임을 설명한다.

 

첫번째 서술한 군기 빠진 듯한 모습은 고지를 뺏고 뺏기는 전투가 지속되고 있는 일선 부대에서 쓸데없는 군기는 소용이 없고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중시하는, 완벽한 일선 현장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날씨 때문에 적의 방한복이라도 입는 모습이나, 상관을 보고도 경례가 없다던가(이는 경례를 통해 적이 아군 장교를 알아보고 저격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쟁터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하는 것은 경험으로 쌓인 현장 그 자체인 것이다.

 

두번째 서술한 적과 물품을 주고 받는 것은 비록 적으로 만나 서로 총칼을 겨누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결국 사람이라는 본질은 변치 않으며 피폐해지고 지칠대로 지친 일선 병사들이 얼굴도 모르는 서로에게, 아마도 전선에서 똑같이 고생한다는 동질감과 인간성을 느낀 것에서 발현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욱이 상술했듯 당시에는 서로 동포라는 인식도 있었으니 말이다.

 

3. 지속된 전투로 인한 피로감, 그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

 사람이 전쟁 상황에 지속적으로 놓이게 되면 PTSD 증세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심한 경우에는 일부러 적의 포화에 자신을 노출시켜 자살 아닌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이다.

전쟁을 묘사한 매체에서 적을 죽이며 기괴하게 웃는 모습이나, 오히려 더욱 잔혹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두 PTSD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분명 초중반부 정도까지만 해도 적이지만 서로 소통아닌 소통을 하는 모습을 통해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전투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인다.

 

적에게 뺏긴 대공포 진지를 되찾는 과정에서 포로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사살하는 장면이 대표적인데, 많은 전투를 통해 살려둬봐야 데려갈 수도 없고, 두고가면 자신에게 위협이 되니 사살한 것이다.

 

이것 외에도 부대 내 가장 어린 병사가 적 저격수에게 한 번에 사살되지 않고 죽어갈 때, 허리춤에 있는 고글을 적 저격수가 보고 자신이 고지에서 국군과 서로 주고받는 물품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살려주지 않고 죽인 장면 또한 마찬가지로 인간성 상실의 대표격 모습이다.

 

후반부로 가면 더욱 심화되는데, 정전 협정이 맺어진 사실에 모처럼 계곡에서 씻으며 휴식을 취하는 국군 뒤쪽으로 인민군 부대가 지나가자 처음에는 잠시 총을 겨눴으나 협정도 맺어졌고 자신들과 맞서 싸운 인민군을 향해 잘가라며 인사하는, 나름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나, 곧 그 정전 협정이 12시간 후에 발효된다는 사실에 국군도 인민군도 총공세를 준비하게 되는 장면에서 윗선의 결정에 죽어가는 건 현장의 젊은 피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게 된다.

 

정전을 코앞에 두고 싸우기 싫은 심정과는 달리 현실은 싸우지 않으면 안되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잔혹하고 처절하게 싸우는데 분명 계곡에서 서로 마주하여 면식이 있음에도 서로 총칼을 들고 덤벼들어 죽고 죽이는 모습은 참담함 마저 들게 한다.

 

마치 전쟁이란 이런 것이고,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이런 인간성의 상실 앞에 놓여진 것은 모두 죽어 남겨진 시신 뿐이었다.

 

마지막은 지칠대로 지친 강은표 중위(신하균)와 인민군 현정윤 대위(류승룡)가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물건을 주고 받았던 그 참호에서 술을 나눠 마시고 담배를 나눠 피다가 들리는 정전 협정 발표 라디오 소리에 허탈한듯 웃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영화는 초중반부 인간적이고 전쟁터에서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소박한 즐거움을 잘 표현하다가 중반부 이후부터는 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잔혹함과 처절함을 보여줌으로써 그 안타까움이 배가 된다.

어쩌면,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잘 묘사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