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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넛 데이, 1차 세계대전에서 시작됐다?

by soi_1754 2025. 11. 30.

1차-세계대전-당시-도넛걸-포스터

 

 1차 세계대전은 전열보병 시기와 차원이 다른 잔혹함으로 당시 무기 발전의 양상이 어떻게 전쟁을 바꿔버렸는지 알려준 전쟁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당 시기에 참호전으로 번지면서 극한으로 치닫는 와중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번진 것이 바로 보급이었다.

그 보급 중에서도 식량 보급은 상당히 큰 문제로 작용했는데, 오죽하면 독일의 경우 '순무의 겨울'이라고 할 정도로 먹을 것이 급격히 부족해져 순무(정확히는 루타바가라고 하는 순무와 양배추의 교잡종)로만 연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시기에 전쟁터 한복판에서 적군은 맛있는 도넛을 먹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것이 사실로 판명됨을 알게된다면 어떨까?

오늘은 미국에서 왜 도넛이 유명한지의 유래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1. National Doughnut Day의 유래가 된 1차 세계대전

 놀랍게도 미국은 6월 첫째주 금요일을 도넛 데이라고 하는 날이 있다. 이 날은 많은 도넛 매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 등 제법 많은 행사가 있다.

그런데 이 도넛 데이가 1차 세계대전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면 도대체 무슨 연결점이 있기에 이런 날이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도넛 데이는 1918년 당시 구세군이 군인들에게 도넛을 지원한 사람을 기념하기 위한 날을 말한다. 해당 인물의 이름은 '에반젤린 부스'라는 여성으로 최초 11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최전선에서 도넛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1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을 매우 괴롭게 만든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지루한 참호전의 연속이었고 또다른 하나가 바로 식량이었다. 모든 전쟁사에서 이 보급은 어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취급하는데, 보급에 실패한 군대는 대패를 피할 수 없었을 정도로 무기, 탄약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보급이라 할 수 있다.

 

전쟁터 한복판이 되어 난장판이었던 유럽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먹을 것이 부족해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유럽 군인들 틈에서 뒤늦게 참전한 미국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식량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미국은 본토가 안전했기에 식량 문제에서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으나 아무래도 바다건너 유럽대륙에서의 전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에게 통조림류의 전투식량을 주로 보급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현대의 전투식량에도 필수적인 식사 구성품 외에 기호식품에 해당하는 간식류가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전투식량만으로는 병사들의 사기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인데, 1차 대전 당시 미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옥도가 펼쳐지는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잠깐이나마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먹을 것인데 당시 구세군 대장이었던 에반젤린 부스는 전선을 돌면서 많은 병사들이 도넛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에반젤린 부스는 병사들을 위해 한가지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도넛 데이의 시초가 된다.

 

2. 에반젤린 부스가 시작한 도넛 보급

 당시 구세군 대장 에반젤린 부스는 병사들 사이에서 도넛과 같은 달콤한 간식류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상부에 건의를 하게 되는데 당연히 전장 한복판을 보지 못한 상급자들은 그런 것말고도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웬 도넛타령인가 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원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다가, 허가는 떨어졌다지만 스스로 알아서 준비해야 할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에반젤린 부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였는데, 굉장히 열악한 조건이었음에도 11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지원한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중 가장 어린 사람은 스텔라 영(상단 도넛걸 포스터 속 인물)이라는 16세 소녀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당시 미군들 사이에서 '도넛걸'로 불리던 야전취사부대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최소한의 권총으로 무장하고 헬멧을 뒤집어 쓴 채로 소총대신 밀가루 포대를 들고 최전방으로 달려가게 된다.

최전방으로 가게 된 이유도 놀라운데, 후방에서 만들어 보급하면 최전방에 도착할 즈음엔 다 식어 맛없는 도넛이 될테니 병사들에게 가장 맛있는 상태의 도넛을 먹게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였다.

 

이 '도넛걸'들은 프랑스 최전선에서 약간 무너진 오두막을 '에반젤린 부스 헛'이라 이름붙이고 도넛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도넛걸들이-전선에서-도넛을-만드는-모습

제대로된 지원도 없이 시작한 자원봉사자 부대라 요리도구마저 마땅치 않아 첫날에는 밀대 대용으로 포탄 탄피와 빈 우유병을, 냄비 대신 헬멧을 사용하여 만들기 시작했다. 환경이 환경이었던지라 한번에 겨우 7여개의 도넛만 만들 수 있었지만 부지런히 만든 결과 첫날에만 150여개 이상을 만들어냈다.

 

최전선에서 따뜻한 도넛을 보급받은 병사들의 사기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늘어가는 도넛 보급에 병사들의 사기가 오르자 이를 적극 활용하여 홍보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이 소식을 접한 독일군은 사기가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 독일은 순무로 만든 음식들만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적군인 미군은 자신들보다 더 나은 식량에다가 부식으로 도넛까지 먹는다는 말을 들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도넛걸들의 활약이 얼마나 컸는지 당시 미군 신병을 '도넛보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군은 전쟁터에서도 도넛먹는 것이 당연해질 정도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 상부에서도 드디어 제대로 된 지원을 하게 되어 11명에서 시작한 자원봉사자들은 250여명이 넘는 인원들로 하루에 2500개가 넘는 도넛을 만들어 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3.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병참

 이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의 National Doughnut Day이다.

1차 세계대전의 그 참혹함 속에서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최전선으로 달려가 그들을 위한 부식을 만들어 뛰어다니던 용맹한 여성들을 기리는, 정말 존경심이 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오늘날까지 기념하는 날인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병참이라는 것이다.

탄약, 무기 뿐만 아니라 식량도 마찬가지이며 그 중에서도 부식의 존재는 별 것 아닌 간식이겠지만 일선 병사들에게는 전쟁터의 피로감을 해소시켜주고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위 사례에서 아군의 사기 진작과 더불어 적군의 사기 저하도 유발했으니만큼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병참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